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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관 기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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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탈영상복원전문가 고영관 작성일19-10-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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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탈영상복원전문가 고영관세상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고, 세상은 반드시 바뀔 수 있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세상은 바뀔 수 있으며 바뀌어 왔고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긴 역사에서 어느 부분만을 보게 되면, 세상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길게 보면 세상은 줄곧 바뀌어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당신이 아침에 거울을 보고, 저녁에 다시 거울을 본다면 당신은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러나 십 년이 지난 후에는 당신의 얼굴이 변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다 나름대로의 고집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고집 중에 가장 완고한 고집이 바로 바뀌지 않으려는 고집이라 생각한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이란 세상 만물이 다 항상하지 않고 변해가며 바뀌도록 되어 있는 뜻인데, 절대로 바뀌지 않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조선이 일본에게 짓밟힌 이유는 당쟁과 부패에도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대원군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변하기를 거부한 것이 그 첫 번 째 원인이라는 게 내 생각인데, 여전히 우리사회의 기득권들은 자신들의 그 알량한 기득권에만 안주하여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이 문제로 보인다. 진정으로 우리가 수구해야 할 가치들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밀려오는 쓰나미를 몸으로 막아 설 수 없듯이, 시대의 변화를 고집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보수는 수구보수(守舊保守) 때문에 보수를 지키지 못할 것이며, 진보 역시 수구진보(守舊進步) 때문에 더 이상 진보하지 못한다.

  우리는 오래된 물건들을 골동품이라 하는데, 나는 골동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떤 물건의 가치는 그 물건의 물리적 기능이 가지는 절대적 가치를 진정한 가치라 할 수 있겠는데, 사실 골동품이란 낡아서 쓸 수도 없는 물건임에도 불구하고, 그 희소성에만 부가된 상대적 가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이 아닌 생명을 가진 사람조차도 늙으면 골동품과 같은 존재가 되지만, 누가 늙은이를 좋아하는가? 그런데 낡아서 쓸모도 없는 골동품을 좋아하여 깊이깊이 보관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용도가 폐기된 물건들을 잘 보관하지 않았다. 사람이 거주하는 공간은 한정된 것인데, 쓰던 물건을 버리기 아까워하여 모두 쌓아 두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나는 웬만큼 큰 집이라도 누울 자리조차 없었을 것이다. 미련 없이 버릴 것은 버리고, 비울 것은 비워야 공간이 확보되고 또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채운다.

  이는 비단 어떤 물질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 생각도 다르지 않아서 오래 살다보면 마음속에 찌꺼기가 켜켜이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인데, 낡은 사고(思考)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흡사 집안에 쓰레기를 쌓아놓고 사는 사람에 비유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사람이 사용하는 물건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던 시절에는 당대에 쌓이는 골동품도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물질이 넘쳐나는 요즘은 쓰레기 배출량이 너무 많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머리  속에 든 지식도 넘쳐나는 시대이기 때문에, 낡은 지식들을 빨리빨리 배출시키지 않으면, 우리 뇌 속에 새로운 지식이 들어갈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수구(守舊)를 버리라는 말이 하고 싶어진다.

  세상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바뀌기 싫은 사람들이 아닐까? 억만년을 지켜온 뒷산은 거기 그대로 있지만, 산은 계절에 따라 변화한다. 그러하듯 사람이 생각을 바꾼다하여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테니, 시절이 변하여 사람의 생각이 달라지는 것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빨강색 파란색 옷을 갈아입으라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고치라는 말이 하고 싶다. 자신은 정의요 타인은 불의라는 생각이 다툼을 만든다. 원래 정의에는 자타(自他)가 없으며, 불의에도 자타가 없다. 옳고 그름은 너와 나의 생각이 아니라 원래 그대로인 것. 지켜져야 할 가치는 있어도 고집해야 할 가치는 없다. "세상은 아무도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 것과 같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의 말이다.
디지탈영상복원전문가 고영관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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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